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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보기 싫어서 드라마 다시보기 및 인물관계도 알아봐요.

 

 

 

기획의도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는 1만 5천 년 전
‘부러졌다 다시 붙은 대퇴골’이
최초의 진정한 문명의 증거라고 말했다.
그냥 두면 굶어 죽거나, 맹수의 먹잇감이 되었을
그 ‘다리뼈가 부러진’ 인간을
누군가 위험을 감수하고 뼈가 붙을 때까지
희생하고 돌봐줬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문명이라는 건 손해를 계산하지 않고,
타인을 지키고 돌보려는 인간의 마음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최초의 진정한 문명을
발생시킨 건 바로 ‘사랑’이라는 것.

계산적이어야 야무진 거고,
착함은 호구와 동의어인 경쟁과 이기의 시대.
모두가 한쪽 다리가 부러진 채 굶지 않고,
먹잇감이 되지 않으려 애를 쓰며 살고 있다.
손해 보는 건 싫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의 부러진 다리를 돌봐줄 수 있는 우리가 되길 바란다.
그리하여 둘만의 문명이, 사랑이 시작되기를!

 

 

 

 

 

 

 

손해영
꿀비교육 교육1팀 과장 / 33세

인간은 누구나 ‘기질’이라는 걸 타고난다. 어떤 아이는 차분함을, 어떤 아이는 불안이나 긴장을 갖고 태어날 때 해영은 계산력 을 양손에 쥐고 태어났다.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어떤 상황이든 머릿속에서 착착 계산 되어버린다. 해영에게 손해인지 아닌지가. 그리고 해영의 가정환경은 기질을 더 강화했다.

해영은 외동으로 태어나 다둥이로 자랐다. 결혼 전에 보육원 봉사를 했던 엄마가 결혼 후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집으로 데려와 가정위탁을 하셨기 때문이다. 성씨, 성별, 성격이 제각각인 아이들이 해영에게 언니오빠 혹은 동생이었다가 남이 되어 떠나갔다. 주변 사람들은 엄마의 베풂과 나눔의 삶에 찬사를 보내며 해영에게 엄마를 본받아 착하고 바르게 크라고 했다.

틀린 말이었다. 베풀고 나누고 있는 것은 엄마가 아니라 해영이였기 때문이다. 해영의 소원은 아빠, 엄마, 해영, 딱 세 식구만 살아보는 것. 아빠는 그러겠다 약속했지만, 약속을 지키기 전 해영의 곁을 영원히 떠났다. 아빠의 죽음으로 해영과 엄마 사이에 보이지 않는 균열이 생겼고, 그 후 해영과 엄마는 쭉 따로 살고 있다.

손해 보기 싫지만, 전혀 안 보고 사는 건 아니다. 친구가 없으면 더 손해, 사회생활도 못하면 더 큰 손해니까. 연애도 그랬다. 하는 게 안 하는 것보다 덜 손해 같아서 하긴 했는데... 유일하게 해영의 손익분기점을 넘긴 연애상대가 바로 최신상 구남친 안우재였다.우재와는 입사 동기로 대리 3년 차부터 사귀었는데, 친한 친구에게조차 말 못 한 비밀을 우재에게 털어놓았더니 그게 해영의 상각비용이 될 줄이야. 손해를 보는 것도, 되는 것도 끔찍하게 싫은 해영은 우재에게 이별을 고한다. 그리고 6개월 뒤 우재의 결혼식이 열리는데...알고 보니 양다리였어?

양다리한테 낸 축의금이 아까웠다. 그러고 보니 축의금만 아까운 게 아니다. 독특하게도 해영이 속한 꿀비교육은 회사의 복리후생의 90%가 결혼/출산/육아/자녀 교육에 몰려 있다. 기를 쓰고 열일해서 고과를 잘 받아 연봉 3% 올리느니, 결혼해서 축의금 회수하고 회사에서 주는 축하금을 받아 신혼여행 다녀오는 게 더 이득.

쓰레기 전 남친이 그 모든 혜택을 다 받는데 해영은 못 받는다 생각하니 너무 큰 손해 같다. 게다가 초고속 승진이 예약된 사내공모는 미혼 여성을 뽑지 않는다. 소문대로면 회장의 사생활 문제로 속 썩은 사모의 특별 지시이거나 오너 리스크 원천 봉쇄를 위한 사장의 셀프 거리두기 때문이라는데... 이건 진짜 손해다. 승진을 못한 해영도, 해영을 놓친 회사도.

그리하여 해영은 고심 끝에 결혼, 아니 결혼‘식’만 올리기로 한다. 축의금도 회수하고~ 복지도 누리고~ 초고속 승진도 하고~ 웨딩 로드만 같이 걸을 신랑만 있으면 된다. 신랑은 어디서 찾지?

 

 

 

 

 

 

김지욱
편의점 야간 알바생 / 26세

지욱은 동네에서 시민 경찰 28호, 의인, 천사라 불린다. 도움이 필요한 상황을 매의 눈으로 캐치하고, 몸이 피곤하고 팔다리가 고생해도 외면 하지 못한다. 피해 주는 것, 도움 안 되는 것. 지욱이 가장 못 견디는 감정이다.

지욱은 아빠 없이 태어나 엄마도 없이 할머니 손에 컸다. 제 앞가림 잘 하며 사는 줄 알았던 엄마가 낳을 일만 남은 배를 들이밀며 엄마의 엄마, 그러니까 지욱의 할머니 집에 돌아왔다고 한다. 어떤 날은 어여뿐 처녀를 꼬셔 인생 망치게 한 지욱의 (누군지도 모르는) 아빠가 썩을 놈의 새끼였고, 또 어떤 날은 꽃에 날아든 게 벌인지 똥파린지 구별 못 하고 얼굴값한 엄마가 정신 빠진 년이었다.

예쁘면 팔자가 사납다, 가 후렴구처럼 나와야 그 날의 한탄은 끝이 났다. 이렇든 저렇든 엄마가 예쁜 건 기본 전제였고, 지욱이 엄마와 할머니 인생에 피해를 준 존재라는 건 행간의 의미였다. 그래서 지욱에게 얼굴값은 칠거지악 중 하나요, 피해 주는 인간이 아닌 쓸모 있는 인간이 되는 건 열한 번째 십계명이 되었다.

살갑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지욱을 키워주신 할머니는 돌아가시면서까지 엄마한테는 가지 말라는 말씀을 유언으로 남기셨다. 단 한 순간도 당신 딸보다 지욱이 먼저인 적이 없었다. 당연한 거겠지만.

대학에 들어간 후 시작한 알바가 바로 편의점 야간 근무였다. 면접은 실물이 사진보다 낫다는 감탄으로 시작해 언제부터 나올 수 있냐는 질문으로 끝났다. 그리고 첫 출근날 의심받았다. 누구시냐며. 팔자가 사나워질까 봐 가리고 다닌다는 재수 없는 변명 대신 훌륭한 일머리로 보답한다. 시간 엄수, 시재 완벽, 재고 철저, 게다가 군복무기간 제외 5년간 장기근무까지. 점주 입장에서는 신이 내린 갓벽한 알바생이다.

의인, 천사, 갓벽한 편돌이 지욱에게도 불호, 상극인 손님이 있었으니 바로 해영이다. 지욱의 할머니가 폐암으로 돌아가신 탓에 흡연자를 극혐하는데 이 동네 헤비스모커 탑3 안에 해영이 있었다. 게다가 취미는 유리문에 지문 묻히기, 특기는 선납선출 역행하기. 단골이기까지한 최악의 손님. 그러던 어느 날 그 불호, 진상손님이 지욱에게 결혼을 하자고 한다. 결투가 아니고? 정확히는 가짜 결혼‘식’. 말도 안 되는 제안이라 단칼에 거절하는데.. 해영이 중고마켓에 올린 신랑 구인에 하필 같은 고시원에 사는 성철이 관심을 보인다. 해영이 아무리 진상이어도 성철 같은 인간에게 걸려도 괜찮은 사람은 아니었다.

지욱은 가짜 결혼식을 치르며 해영과 조금 가까워지고, 잠깐이지만 지욱을 진짜 남편, 가족으로 생각하고 말해주는 해영에게 마음이 흔들린다. 누군가의 일 순위, 가장 아픈 손가락이 된 느낌. 한순간이라도 그것으로 충분했다.

 

 

 

 

 

복규현
꿀비교육 사장 / 33세

꿀비교육의 라이벌은 지니에듀, 기가스터디가 아니라 저출생이다. 태어나는 아기가 곧 초중고 학습교재를 만드는 꿀비교육의 잠재 고객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출생률이 기업의 성장률! 그래서 꿀비교육은 결혼/출산/육아를 장려, 관련 복리후생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제공한다. 다들 열심히 사랑하고, 결혼하고, 아이도 많이 낳아서 조기교육과 사교육에 불타올랐으면 좋겠다. 나는 절대 안 할 거지만.

규현은 ‘세기의 로맨스’, ‘동화 같은 러브스토리’의 ‘그 후 이야기’ 속에서 성장했다. 활기찬 하체와 가벼운 도덕심을 가진 아버지 덕에 동화는 추잡한 실화가 되었고, 어머니는 극사실주의 대신 초현실주의를 선택하셨다. 로맨스 드라마, 멜로 영화 등등. 우연히 어머니가 읽으시는 소설을 보고 큰 충격을 받는다. 수위가 그 정도일 줄이야! 그 소설은 연보라 작가의 <사장님의 식단표>. 호기심에 읽었다가 감탄사만 내뱉었다. “세상에.. 미쳤군. 헐!”

<사장님의 식단표>의 식단표가 음식의 종류와 순서가 아니라.. 스킨쉽 종류와 순서였어? 아침엔 차 안, 점심엔 사무실, 저녁엔 구내식당 조리대에서..더는 눈 뜨고 볼 수가 없어 두 눈을 질끈 감는다.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어머니가 이따위 글을 읽으시다니.. 참담하다. 규현을 치밀어오르는 욕을 입 대신 손으로 쏟아낸다. 이건 악플이 아니라 비평이다!

정당한 비평이 연보라 작가에게 고소를 당하고, 집으로 날아온 출석요구서가 하필 아버지 손에 들어간다. 최대한 조용히 해결하기 위해 회사 법무팀에도 알리지 않고, 백수 코스프레로 경찰서에 간다. 경찰서 앞에서 마주친 연보라 작가가 자신을 괴물처럼 보며 도망가자 그제야 자신이 저지른 죄의 무게를 깨닫는다.

우연히 비서 여하준과 함께 있는 연보라(남자연)를 목격, 그 순간 연보라 작가의 소설 속 남자주인공 이름이 여하준의 ‘하준’임을 깨닫는다. 의도치 않게 연보라 작가의 비밀을 알게 된 규현. 여비서를 통해 연보라 작가의 본명은 남자연이고 여비서와 고등학교 동창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여비서는 아직 등단 못 한 동화작가라고 알고 있던데, 연보라 아니 남자연 작가의 비밀을 아는 것이 왠지 모르게 우쭐하다.

그러다 자연에게 규현이 백수가 아닌 꿀비교육 사장이고, 하준의 상사이며 자연의 본명을 알고 있는 것을 들키고 만다. 자연은 봉사활동 대신 하준에게 자신의 비밀을 지켜달라는 것을 조건으로 고소를 취하한다. 이제는 자연을 다시 만날 수 없다. 규현은 오로지 ‘사장님의 식단표’ 연재만 기다리는데...휴재공지가 올라온다! 혹시 나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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